아몬드와 나

안 되면 되는 거 해라 - 가끔은 포기해도 괜찮은 이유

민아몬드 2021. 2. 2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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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아몬드입니다🙂

 

저는 92년생이고, 올해로 서른 살이 되었어요.

(갑분 나이 공개😂)

 

그래도 작년까지만 해도 아직은 20대라면서 어떻게든 비벼보려고(?) 했는데,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30대가 되었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지금보다 더 어릴 적의 제가 상상했던 30대의 모습은

지금의 제 모습과는 많이 달랐어요.

 

외적인 요소들은 모두 차치하고서라도, 

저는 서른 살의 제가 여전히 '앞으로 뭐 하고 살지?'

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전보다는 훨씬 고민의 폭이 줄어들었다는 거예요.

20대의 제가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들판에 혼자 툭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상황이었다면,

30대가 된 지금은 그래도 그 들판에서 몇 가지 씨앗을 심고, 수확도 해본 다음에

앞으로는 어떤 씨앗을 심으면 좋을지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

고등학생 시절의 저는 세계관이 정말 작았어요.

저의 작은 세계에서 제가 세울 수 있는 최선의 목표는 오로지 '좋은 대학 가기' 였습니다.

그땐 어떤 대학이 '좋은 대학'인지도 몰랐어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던 데다가, 주위에서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남들처럼 '랭킹 높은 학교', '사회적 인식이 좋은 학교'를 목표로 삼고 공부를 했답니다.

 

뭐, 결론을 말씀드리면 목표했던 학교에는 가지 못했어요.

그래도 나름 '인 서울'은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며 스스로를 다독였지요.

 

그런데 여기에서 대학의 랭킹이나 명성보다 더 문제였던 것은, 제가 선택한 전공이었어요.

저는 이과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학 전공도 자연과학, 공과 계열로 지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전-혀 관심도 없던 '로봇학부'라는 전공을 선택하게 되어요.

 

왜 관심도 없는 전공을 선택했냐고요?

첫 번째는 수능 성적에 맞는 곳을 찾느라 그런 거였고,

두 번째는 로봇이 향후 미래를 책임질 기술이 될 것이다 라는, 부모님의 의견 때문이었지요.

로봇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나, 앞으로 내가 로봇 산업에 이바지하겠다 라는 포부 같은 것은 전혀 없었어요.

 

어찌 되었든 그래도 입학은 했으니 열심히 공부를 했어요.

나름 고등학생 때부터 항공우주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졸업 후에 관련 분야에서 일해야겠다 라는 목표도 세워보고 말이에요.

 

그런데, 공부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여기에서 제가 느낀 것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것이 있구나 하는 것이었어요.

 

저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사실 이미 주위 친구들보다 수업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들이 놀 때 공부하면 격차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수험생처럼 매일 수업 끝나면 친구들이 있던 과방 대신 연구실에 가서 배운 내용을 노트에 정리하고, 복습도 했구요,

시험 기간에는 집에 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연구실 책상이나 낡은 라꾸라꾸 침대에서 쪽잠을 자고 시험을 보러 가곤 했어요.

물리적인 시간을 많이 투자한 덕분에 그나마 계산 공식이나 내용을 암기해서 볼 수 있는 시험은 성적이 꽤 잘 나왔습니다.

 

열심히 했습니다만..

 

그런데 문제는 실습이었어요.

 

회로 설계해서 보드 만들기, 보드를 동작할 수 있게끔 프로그래밍하기, 모터 돌리기 등등,

필수로 해야 하는 실험 과목들이 있었는데, 제 머리로는 아무리 해봐도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여기에서 이 값을 넣으면 모터가 왜 빨리 도는지, 천천히 도는지, 멈추는지 등등..

다른 친구들은 몇 번 시행착오를 겪으면 그다음부터는 썩 잘하는 것 같은데, 저는 아무리 해봐도 안 되더라구요.

동작 원리 자체를 이해할 수 없으니, 마지막에는 항상 그냥 단순 암기 전략으로 시험을 보곤 했답니다.

 

사실 여기서 제가 현실을 직시하고 다른 길을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저에게 맞는 옷을 조금 더 빨리 찾았을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엔지니어, 프로그래머와 같은 '공대생에게 맞는 직업을 갖겠다'라는 목표를 버리지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제자신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을 고려해서 선택한 목표였더라구요.

여자 엔지니어, 여자 프로그래머. 그때는 누구나 들으면 "오~~대단해요!" 라고 할만한, 기분이 우쭐해질 수 있는 그런 직업이었거든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채, 남들이 좋게 봐줄 만한 직업을 선망했던 것이지요.


못 하는 것을 인정할 줄 아는 용기

실습은 못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외워서 시험을 본 덕에 성적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고

또 전공 타이틀도 있었기 때문에 졸업 후 취업도 제조업 분야로 하게 됩니다.

 

그런데 안에서 샜던 바가지, 밖에 나간다고 안 샐까요?

역시나, 회사에서도 저는 회사의 핵심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태에 다다릅니다. (😭)

제 동기는 척척 이해하는데, 저는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이해를 못하니 이게 참 자괴감이 드는 일이더라구요.

 

야심 차게 시작한 회사 생활에서 하나둘씩 실망스러운 일을 겪게 되자

"그래, 어차피 우리 회사 기술은 너무 어렵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도 없어! 나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능력을 갖추겠어!"

라는 생각으로 코딩 공부를 시작하는데요,

여전히 이해를 못 합니다.

 

해외 명문대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도 들어보고, 그룹 스터디도 나가보고,

사비를 들여 후기가 참 좋았던 월 50만 원 상당의 오프라인 클래스도 들어봤어요. 

그래도 여전히 어려워요.

 

매주 토요일 오후 강남역에서 데이터 분석 클래스를 들었어요. 당시 크몽 판매 데이터를 분석했던 기억이..ㅎㅎ

이 와중에 실행력은 괜찮아서 생각한 것을 바로바로 시작하긴 하는데,

이게 이해도 안 되고 어려우니까 금방 흥미가 떨어져서 길게 지속하지를 못하더라구요.

 

그때 드디어 결심했어요.

"전공 말고 다른 분야를 찾아보자"


삽질의 중요성

제가 저에게 맞는 옷을 찾기 위해 어떤 시도들을 했는지는, 이전 포스팅에서 이미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다시 말하진 않을게요.

 

나는 누구일까? - 아몬드의 자기 소개

아몬드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D 오늘은 블로그 주인인 제 소개를 해보려고 합니다! 자기소개를 쓰기 전에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의해보려고 한참 생각했는데요, 아무래도 저를 꾸며주는

minamond.tistory.com

전공과 관련된 일, 이해도 못 하는 첨단 기술과 관련된 일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저는

그때부터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써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것들을 실천하기 시작합니다.

 

잠시 운영했던 핸드백 쇼핑몰 로고
쇼핑몰 홍보를 위해 제작했던 카드 뉴스 ㅎㅎ..
나름 핸드백에 진심이었어요^__^

 

그리고 모두 실패합니다.

실패라기보다는 기대한 만큼 성과가 금방 나오지 않아 일찍이 포기해버린 것에 가깝지만요.

 

이상적으로는 제가 바로 성공했어야

"조금만 눈을 돌렸더니 사회가 아닌,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었어요!"

라는 멋있는 결말이 나올 수 있었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더라구요.

 

솔직히 요즘도 그때 조금 더 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워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주위에, 그리고 클래스 수강생들에게 당부합니다.

초반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절대로 금방 포기하지 말라구요.

 

 

그런데 말이에요,

아무리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네 어쩌네 하지만

솔직히 실패하면 기분 안 좋아요.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내가 하기만 하면 곧 대박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박은커녕 관심을 갖는 분들조차 거의 없는 것을 보면 얼마나 속상하고 자존심 상하는지,

이건 해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실 거예요.

 

그래도 지금 돌이켜보면,

이렇게 거듭된 삽질을 해왔기 때문에 결국 어느 한 분야에서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삽질하는 것도 정말 소중한 경험이에요. 한번 삽질을 해보고 반응이 없으면 다음부터는 그 삽질은 안 하거든요. 쓸데없는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삽질의 가장 좋은 점은

진정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을 수 있게 해 준다는 거예요.

 

남이 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한번 해보고싶다-' 라고 생각하고서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별로인 경우가 많아요.

그분은 자신에게 맞는 일이기 때문에 즐겁게 하지만, 우리에겐 맞지 않는 일이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건 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 시도를 해봐야 한다는 거예요.

 

저는 전공과 맞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처음부터 포기한 건 아니고, 하다 하다 안 돼서 나중에서야 놓아버렸지요.

솔직히 가끔은 '진작부터 다른 일 할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전공 공부를 하며 삽질했던 경험이 없었다면,

분명 지금은 '전공 공부를 더 열심히 해볼걸-'이라는 후회를 하고 있었을 거예요.


해도 해도 안 되면, 포기하고 되는 거 하자

오늘 이 장황한 포스팅의 결론입니다.

제 30년 경험상, 안 되면 포기하고 되는 거 찾아서 하는 게 맞아요. 그게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이로운 선택이 될 거예요.

그렇지만 '난 이걸 못 한다' 라는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충분한 노력을 해보아야 해요.

몇 번 발만 슬쩍 담가보고, '역시 이 길도 아닌가 봐..'라고 한다면, 아마 영원히 맞는 길을 찾지 못할지도 몰라요.

 

저는 어떤 사람이 한 가지 일을 못 한다는 것은, 다른 일을 잘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물론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모든 분야에서 능통하다면 참 좋겠지만,

그분은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일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 잘하는 분야가 따로 있지요.

 

저는 4년동안 학교를 다녔지만, 결국 모터가 동작하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 했고,

4년동안 회사를 다녔지만 결국 회사 장비가 동작하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 했어요.

 

대신에 제가 글 쓰는 것,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것, 디자인하는 것에 강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지금은 이러한 강점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만약 아무리 해도 잘 안 되어서 고민이라면,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게 어떨까요?

지금 하는 일을 모두 그만두고 시작할 필요는 없어요.

하루에 한 시간씩만이라도 시간을 내서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한번 실천해보세요.

그렇게 한 스텝 내딛으면, 자연스럽게 다음 스텝이 보일 거예요.

그리고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한발 한발 내디뎌 가다 보면, 언젠가는 본인에게 맞는 옷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지금도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몰라 고민하고 계실 이 땅의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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